각종 공연에 시각장애인 위한 점자자료 필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호암아트홀은 클래식 공연이 이뤄지는 대표적인 공연장이다. 시각장애인들 중에는 클래식 공연을 좋아하는 이가 꽤 있다. 외국에 유명한 악단이나 성악가가 올 때면 직접 많은 돈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는 이도 있다.

비장애인의 경우, 공연장에 도착하면 필요한 사람에 한해 프로그램 북을 유료로 살 수 있다. 프로그램 북에는 공연 내용을 비롯한 곡에 대한 약간의 해설이 덧붙여져 있다. 공연을 깊이 있게 보는데 있어서는 필요한 자료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점자로 된 자료가 없기에 공연을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물론 활동지원사나 비장애인 지인과 같이 갔다면, 프로그램 북을 구매해 읽어줄 순 있겠지만, 이는 매우 불편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는데도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필자는 10여 년 전,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예방모니터링을 위해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을 방문했다. 그때 직원 대부분은 점자 자료를 제공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모니터링에서도 점자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시각장애인이 점자 자료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은 드물다. 요청하면 기획사에 알아보라고 하고, 기획사에 요청하면 난감해하며 아주 일부의 자료를 메일로 제공한다. 시각장애인 단체에서 시각장애인들을 모아 공연장에 관람하러 가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북에 대한 점자 자료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는 조속히 보완돼야 한다. 공연 감상의 질적인 면을 높이고, 올바른 공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북에 있는 자료를 읽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을 비롯한 클래식 공연장은 시각장애인 관객을 배려하기 위해 점자 팸플릿과 프로그램 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시각장애인 관객 역시 적극적으로 요구해 본인의 권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누가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장애인복지관 및 자립센터가 공연을 볼 때마다 적극적으로 점자 자료를 요청한다면, 점자로 된 공연 프로그램 북이 제공될 수 있는 법을 점자법 일부 개정을 통해 만들 수 있으리라고 본다.